[책마을] 배양육은 과연 '공장식 축산업'을 바꿀까

입력 2022-04-29 18:00   수정 2022-04-30 00:40

2013년 8월 영국 런던에서는 특별한 고기 시식회가 열렸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배양육 햄버거 패티’를 공개한 행사였다. 배양육은 가축을 기르지 않고 이들에게서 채취한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증식해 만든 고기다. 환경에 해롭고 잔인한 사육방식으로 악명 높은 공장식 축산업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각광받고 있다.

인문학자인 벤저민 워개프트는 《고기에 대한 명상》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네덜란드 등지의 배양고기 개발 현장을 직접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육식의 역사와 음식의 미래를 살핀다. 이 책은 과학 르포이자 철학 에세이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조명하고 인간의 도덕성 향상을 성찰한다.

저자는 고기가 인간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를 통해 배양육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따져 본다. 현대의 축산업은 19세기 서양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근대화의 산물이다.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업은 20세기 중반에 일반적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서양에서도 귀한 음식이던 고기는 축산업의 발달과 함께 대중이 소비하는 필수 식재료가 됐다.

저자는 고기 소비의 확산이 투표권 확대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전한다. 근대 유럽에서 계급 간의 사회적 차별이 사라지면서 고기 소비와 같은 식생활의 평준화도 같이 이뤄졌다는 것. 저자는 “고기는 단순히 음식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고기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래 기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도 던진다. 기술 발달이 만들어낸 폐해를 또 다른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배양육이 환경보호, 동물복지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한 또 다른 폐해가 있을 수도 있다. 여전히 다른 동물의 살을 채취해 먹는 배양육이 과연 ‘도덕적 진보’라고 불릴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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